로켓(Rocket)은 연료와 산화제를 연소실 안에서 태워 생성된 고온·고압의 가스를 노즐을 통해 고속으로 분사하고, 그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는 비행체다.[1] 비행기 엔진과 달리 외부 공기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대기권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추진 장치다.
1. 정의와 범위
로켓은 넓게는 추진제를 분사해 추력을 얻는 비행체 전반을 가리키며, 좁게는 군사용 로켓탄·신호용 불꽃로켓·우주 발사체처럼 특정 용도의 기구를 지칭하기도 한다. 국제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발사체의 구조·추진 방식·용도에 따라 다양한 하위 분류를 적용하며, 추진 시스템 가운데 로켓은 자체 산화제를 탑재한다는 점에서 다른 비행 추진 장치와 본질적으로 구분된다.[2]
제트 엔진은 대기 중 산소를 흡입해 연소에 쓰지만,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모두 기체 내부에 실어 진공 환경에서도 연소를 이어갈 수 있다. 이 특성 덕분에 우주 공간을 비행하거나 궤도에 탑재체를 올려야 하는 임무에서 로켓은 대체할 수 없는 수단이 된다. 현대에는 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리는 우주 발사체뿐만 아니라 탄도 미사일, 보조 부스터, 항공기 이륙 보조 장치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2. 역사
로켓의 기원은 중국 화약 발명 이후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로켓은 1232년 중국에서 전투에 사용된 비화창(飛火槍)으로, 창 앞부분에 화약 통을 달아 연소가스를 뒤로 분출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에서는 고려 말 최무선이 화통도감을 세워 화약 무기 기술을 확립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1400년대에 신기전(神機箭)이라는 다연장 로켓 무기가 완성됐다. 신기전은 약통과 긴 막대기를 연결해 먼 거리까지 날아가 목표 주변에 불을 지르고 쇳조각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유럽에서 유사 기술이 등장하는 1600년대보다 약 200년 앞선 성과였다.[1]
몽골의 세계 정벌(1230년대) 이후 화전 기술은 아라비아를 거쳐 유럽 전역에 퍼졌다. 19세기 초 영국의 윌리엄 콩그레브(William Congreve)는 인도 로켓을 개량해 콩그레브 로켓을 개발했고, 이를 계기로 각국이 로켓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865년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지구로부터 달까지는 대형 발사체로 달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아 로켓을 이용한 우주여행에 대한 대중적 상상력을 자극했다.[3]
현대 로켓 공학의 이론적 기반을 놓은 인물은 러시아의 콘스탄틴 치올콥스키(Konstantin Tsiolkovsky)다. 그는 1898년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를 이용한 액체 추진제 로켓을 구상해 1903년 과학 저술로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을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고다드(Robert Goddard)가 1926년 세계 최초로 액체 추진제 로켓 비행 실험에 성공했으며, 독일에서는 베르너 폰 브라운(Wernher von Braun)이 2차 세계대전 중 V-2 로켓을 개발했다. 전후 V-2 기술과 연구 인력은 미국과 소련에 각각 이전되어 냉전기 우주 개발의 기반이 됐다.[3] 소련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1957년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궤도에 올리며 우주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3. 구성과 작동 원리
로켓이 비행하는 근본 원리는 뉴턴 역학의 제3 운동 법칙, 즉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있다. 연소실에서 연료와 산화제가 연소되면 고온·고압 가스가 생성되고, 이 가스는 노즐을 통해 뒤쪽으로 고속 분출된다. 이때 가스를 밀어내는 힘과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이 로켓 본체를 앞(위)쪽으로 밀어올리는데, 이것이 추력(thrust, 推力)이다.[2] 추력은 공기가 없는 진공 상태에서 더 커지는데, 대기압에 의한 역방향 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치올콥스키 로켓 방정식은 이 추진 과정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가스 분사 속도(비추력, Isp)가 빠를수록, 그리고 초기 대비 최종 질량 비(연료 소모량)가 클수록 로켓이 더 높은 속도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원리에 따라 연료를 소모해 점차 가벼워질수록 속도가 빨라지도록 설계된다. 또한 목표 궤도에 따라 로켓을 여러 단(stage)으로 나누어, 각 단의 탱크와 엔진을 분리하며 불필요한 질량을 버리는 다단 로켓 구조를 채택한다. 이 다단 방식은 단일 로켓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인공위성 궤도나 달 이상의 속도를 달성할 수 있게 해 준다.
4. 추진제 종류와 로켓 분류
로켓은 추진제의 상태에 따라 고체 로켓과 액체 로켓으로 크게 분류한다. 고체 로켓은 고체 추진제를 연소통 안에 미리 충전해 두는 방식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즉시 발사할 수 있어 군사용 미사일과 우주 발사체의 보조 부스터로 널리 쓰인다. 단점은 한번 점화하면 추력을 정밀하게 조절하거나 중간에 멈추기가 어렵다는 점이다.[3]
액체 로켓은 연료와 산화제를 별도 탱크에 담아 필요한 만큼 연소실로 공급하며, 추력 조절과 재점화가 가능해 우주 발사체의 주 엔진으로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연료 조합으로는 액체 수소와 액체 산소 조합, 등유(RP-1)와 액체 산소 조합 등이 있다. 수소-산소 조합은 비추력이 높아 효율이 뛰어나지만 극저온 저장이 필요해 취급이 까다롭다. 고체와 액체의 장점을 결합한 혼합형(하이브리드) 로켓도 있으며, 액체 산화제와 고체 연료를 함께 사용한다. 최근에는 1단 로켓을 대기권으로 재진입시켜 착륙·회수한 뒤 재사용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어 발사 비용을 크게 낮추고 있다.[4]
5. 현대 우주 발사체와 한국의 개발
현대 상업 발사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례는 스페이스X(SpaceX)의 팰컨 9(Falcon 9)이다. 팰컨 9은 높이 70m, 직경 3.7m, 발사 중량 약 549톤의 2단 로켓으로, 저지구 궤도에 최대 22.8톤의 탑재체를 올릴 수 있다. 1단 부스터를 해상 드론선 또는 지상 착륙대에 회수해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2024년까지 동일 부스터의 20회 이상 재비행 기록을 세웠으며, 연간 100회 이상의 발사 빈도로 세계 상업 발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4] 스페이스X는 또한 완전 재사용을 목표로 하는 초대형 발사체 스타십(Starship)을 개발하며, 우주선 수송과 달·화성 탐사 임무를 목표로 두고 있다.
한국은 2013년 1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나로호(KSLV-I)로 100kg급 위성 발사에 처음 성공했으며, 이후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누리호(KSLV-II) 개발로 발사체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누리호는 총 길이 47.2m, 발사 중량 200톤, 직경 3.5m의 3단형 발사체로, 1단에 75톤급 엔진 4기를 클러스터링해 총 300톤의 추력을 낸다. 2022년 6월 2차 시험비행에서 1.5톤급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2025년 11월 4차 발사에서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를 태양동기궤도에 안착시켜 민간 주도 발사 시대의 가능성을 열었다.[5]
7. 인용 및 각주
[1] 로켓의 발달, 한국천문우주과학원 천문학습관, astro.kasi.re.kr(새 탭에서 열림)
[2] 로켓은 어떤 과학적 원리로 발사될까? 우리 일상에 숨은 작용·반작용의 법칙,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news.samsungdisplay.com(새 탭에서 열림)
[3] History of Rockets & Space Flight, J. Gordon Leishman, Embry-Riddle Aeronautical University, eaglepubs.erau.edu(새 탭에서 열림)
[4] Falcon 9, SpaceX, www.spacex.com(새 탭에서 열림)
[5]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www.kari.re.kr(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