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학명: Coriandrum sativum)는 미나리목 미나리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허브 겸 향신료 중 하나다. 한국에서는 '고수'라 부르고, 영어권에서는 잎을 실란트로(cilantro), 씨앗을 코리앤더(coriander)로 구분해 부른다. 원산지는 동부 지중해 연안과 서아시아로, 5,000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진다.
1. 식물 특성
고수는 키가 30~60cm까지 자라는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곧고 속이 비어 있으며 전체에 털이 없다. 뿌리 쪽에 가까운 잎은 넓은 톱니 모양이고, 줄기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잎이 가늘게 갈라져 깃털처럼 세분된다. 6~7월에 흰색 또는 연한 분홍색의 작은 꽃이 산형 꽃차례로 피고, 9~10월에 구형의 열매가 익는다. 잎과 줄기는 특유의 강한 냄새를 풍기며, 씨앗은 귤 껍질과 비슷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낸다.[1]
식물 전체가 식재료로 활용된다. 잎과 줄기는 생으로 사용되거나 조리 직전에 넣고, 씨앗은 건조 또는 분쇄해 향신료로 쓴다. 뿌리는 동남아시아 요리에서 찌개나 볶음에 향을 낼 때 활용된다.
2. 역사와 기원
고수는 인류의 기록에서 가장 오래된 향신료 중 하나로 꼽힌다. 이스라엘 나할 헤마르(Nahal Hemar) 동굴에서 기원전 6000년경 고수 씨앗 유물이 발견되었으며, 이집트 투탕카멘의 무덤에서도 고수 씨앗이 출토되었다. 미케네 문명의 선형문자 B(Linear B) 점토판에는 이미 향신료로서의 용도가 기록되어 있다.[2]
고대 그리스에서는 향수 원료로, 고대 로마에서는 빵의 향을 내는 데 사용했으며, 중세 아랍 상인들을 통해 인도와 동남아시아로 퍼졌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16세기에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파하면서 오늘날 중남미 요리의 필수 재료로 자리잡았다.
한반도에는 고려시대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되며, 조선시대의 『훈몽자회(訓蒙字會)』와 『도문대작(屠門大嚼)』에 관련 기록이 남아 있다. 주로 사찰에서 재배했고, 황해도와 개성 지방에서는 고수김치와 고수강회를 즐겼다는 기록이 전해진다.[3]
3. 세계 요리에서의 활용
고수는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과 쓰임새가 다양하다.
- 인도·남아시아: 힌디어로 다니야(dhaniyā)라 부르며, 카레와 차파티, 처트니에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씨앗과 잎 모두 빈번하게 활용된다.
- 동남아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쌀국수, 쌈, 볶음 요리에 생잎을 듬뿍 얹어 낸다. 태국에서는 팍치(phak chi)로 불린다.
- 중남미: 스페인어로 실란트로(cilantro)라 부르며, 살사, 과카몰레, 타코 등에 빠지지 않는 재료다.
- 중동·북아프리카: 후무스, 파라펠, 타불레에 사용되며, 빻은 씨앗은 라스엘하누트(ras el hanout) 혼합 향신료의 성분이다.
- 한국: 쌈, 강회, 나물무침, 고수김치 형태로 즐기며, 최근 동남아 음식 보급과 함께 소비가 크게 늘었다.
4. 향기 성분과 호불호의 과학
고수의 특유한 향은 잎과 씨앗에 함유된 휘발성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씨앗의 주요 성분은 모노테르펜 계열의 리날룰(linalool)로, 전체 정유(精油)의 58~87%를 차지한다. 리날룰은 항불안, 항경련, 신경 보호 효과가 있으며 향수와 모기 기피제에도 사용된다.[4]
반면 잎에는 알데히드 계열 화합물이 다량 포함되어 있으며, 이 성분이 빈대나 노린재의 냄새와 화학적으로 겹친다. 고수를 비누 맛, 세제 향, 노린재 냄새로 느끼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 OR6A2의 변이 때문이다. 이 변이를 가진 사람은 알데히드 계열을 불쾌한 냄새로 감지하는 반면, 변이가 없는 사람은 같은 성분을 신선하고 허브스러운 향으로 인식한다.[5]
이 유전자 변이의 빈도는 집단마다 다르다. 동아시아 집단에서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고수를 오랫동안 사용해 온 중동·남아시아 집단에서는 낮게 나타난다.
5. 영양 성분과 건강 효과
고수 잎 100g에는 비타민 K가 일일 권장량의 250% 이상, 비타민 C가 27mg, 엽산이 62µg 포함되어 있다. 씨앗에는 식이섬유와 마그네슘, 망간이 풍부하다.
과학적으로 보고된 효과는 다음과 같다.
- 혈당 및 혈중 지질 조절: 고수 추출물을 21일간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 혈당,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 항균 작용: 리날룰과 게라닐 아세테이트(geranyl acetate)가 세포막을 손상시켜 세균 증식을 억제한다.
- 신경 보호: 고수 정유 흡입이 알츠하이머병 동물 모델에서 운동 탐색 활동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2021년 PMC 등재 연구에서 보고되었다.[4]
단, 대부분의 연구가 동물 실험 또는 세포 실험 수준이며 인체 임상 근거는 아직 제한적이다.
[1]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수」, 한국학중앙연구원. encykorea.aks.ac.kr(새 탭에서 열림)
[2] Msaada, K. et al. (2009). "Characterization of Coriander (Coriandrum sativum L.) Seeds and Leaves." International Journal of Food Science and Technology. www.tandfonline.com(새 탭에서 열림)
[3] 허균, 『도문대작(屠門大嚼)』, 1611; 최세진, 『훈몽자회(訓蒙字會)』, 1527.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고수 항목 참조. encykorea.aks.ac.kr(새 탭에서 열림)
[4] Hosseinzadeh, S. et al. (2021). "Neuroprotective effects of Coriandrum sativum and its constituent, linalool." PMC. 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
[5] Eriksson, N. et al. (2012). "A genetic variant near olfactory receptor genes influences cilantro preference." Flavour, 1:22. 하이닥, 「고수 향 싫어하는 이유...취향 차이가 아닌 '이것' 때문」. news.hidoc.co.kr(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