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는 두족류(Cephalopoda) 갑오징어과(Sepiidae)에 속하는 해양 연체동물로, 흔히 영어로 'cuttlefish'라고 불린다. 문어, 오징어, 앵무조개와 함께 두족류를 이루며, 내부에 석회질로 된 갑(甲, cuttlebone)을 가지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1] 현재 약 120종이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얕은 연안 해역에 서식한다.
1. 분류와 종 다양성
갑오징어과(Sepiidae)는 갑오징어목(Sepiida)에 속하며, 주요 속으로는 Sepia, Sepiella, Metasepia 등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종은 보통갑오징어(Sepia officinalis)로, 북해에서 지중해, 서아프리카 연안까지 분포한다. 가장 큰 종은 거대갑오징어(Sepia apama)로, 외투막 길이 50 cm, 체중 10.5 kg 이상에 달한다.[1]
한국 연근해에서는 참갑오징어(Sepia esculenta)와 호래기 등이 서식하며, 봄철 연안에서 산란하는 개체를 어획하는 수산업이 이루어진다.
2. 해부학과 갑(甲)
갑오징어의 가장 독특한 구조물은 내부의 갑(cuttlebone)이다. 이 석회질 구조는 기체와 액체를 채울 수 있는 수많은 소방(小房, chamber)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개체는 방 안의 가스 양을 조절해 부력을 정밀하게 제어한다.[2] 이러한 기능은 오징어의 지낭(gladius)이나 앵무조개의 껍데기와 유사하지만, 갑오징어만의 독자적 구조이다.
몸통(외투막)은 납작하고 타원형이며, 외투막 가장자리를 따라 물결치듯 움직이는 지느러미가 나 있어 유영한다. 촉완(tentacle) 2개와 완(arm) 8개를 가지며, 촉완은 먹이를 잡을 때 빠르게 뻗을 수 있다.
3. 색 변화 메커니즘
갑오징어는 두족류 중에서도 가장 정교한 피부 색상 변환 능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부에는 크로마토포어(chromatophore), 아이리도포어(iridophore), 루코포어(leucophore)가 층을 이루고 있다.
크로마토포어는 색소 주머니로, 신경계의 직접 제어를 받아 수 밀리초 만에 확장·수축한다. 아이리도포어는 구조적 간섭으로 금속성 광택을 만들어 내고, 루코포어는 흰색 산란광을 생성한다.[2]
흥미롭게도 갑오징어는 색맹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환경의 색과 질감을 정밀하게 모방한다. 한 가설은 비구면 동공이 빛의 파장별 굴절 차이(색수차)를 이용해 색 정보를 추출한다고 설명한다.
4. 지능과 행동
갑오징어의 뇌-체중 비율은 어류보다 높으며, 학습 능력과 기억력이 뛰어나다. 먹이를 잡을 때 상황에 따라 전략을 달리하고, 수컷은 경쟁자 수컷 앞에서는 수컷 패턴, 암컷 앞에서는 암컷 패턴을 동시에 몸의 절반씩 나타내는 '분할 표시(split display)'를 보이기도 한다.[3]
또한 갑오징어는 마시멜로 테스트(만족 지연 실험)와 유사한 실험에서 더 나은 먹이를 위해 기다리는 자기 통제 능력을 보여, 침팬지·까마귀와 함께 이 능력을 가진 드문 동물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5. 생태와 번식
갑오징어는 단독 생활을 주로 하며, 산란기에만 모여든다. 연안 얕은 수심의 모래·조개껍데기 지형을 선호하며, 게·새우·작은 어류를 잡아먹는 포식자이다. 천적으로는 상어, 돌고래, 대형 어류가 있다.
번식 시 수컷은 피부 색상으로 경쟁 신호를 보내며, 암컷은 해조류나 기질에 알을 낳는다. 알은 먹물로 검게 착색되어 있어 '바다 포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6. 먹물과 갑 활용
갑오징어의 먹물(sepia ink)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갈색 안료로 사용되었다. 'sepia'라는 색명은 갑오징어 속명(Sepia)에서 유래했다. 갑(cuttlebone)은 새장 속 새의 칼슘 공급원으로 널리 활용되며, 전통 의학과 연마재로도 쓰였다.[1]
7. 인간 문화와 수산업
갑오징어는 지중해·동아시아·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수산 식품이다. 이탈리아의 세피아 리소토, 스페인의 아로스 네그로 등이 갑오징어 먹물을 활용한 대표 요리이다. 한국에서는 참갑오징어를 구이·볶음·회 등으로 즐기며, 봄철 연안 어업의 주요 어획물이다.
[1] Britannica, "Cuttlefish", 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
[2] Marine Biological Laboratory, "Common Cuttlefish", www.mbl.edu(새 탭에서 열림)
[3] Columbia Zuckerman Institute, "Cuttlefish Brain Atlas First of Its Kind", zuckermaninstitute.columbia.edu(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