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農業, agriculture)은 토지를 이용하여 식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함으로써 인간에게 필요한 식량과 원료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수렵·채집에 의존하던 인류가 식량을 스스로 생산하기 시작한 신석기 혁명 이후, 농업은 문명 형성의 물적 기반이 되었다. 2023년 기준 전 세계 농경지 면적은 약 48억 헥타르에 달하며, 전체 농식품 시스템에서 약 12억 3,00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1]
1. 기원과 역사
농업의 기원은 기원전 9,500년경 비옥한 초승달 지대(현재의 서아시아 일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에 외알밀, 보리, 렌즈콩, 완두, 병아리콩 등 이른바 신석기 시조 작물(Neolithic founder crops) 8종이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다. 벼는 기원전 6,200년경 중국 장강 유역에서 작물화되었으며, 옥수수는 기원전 9,000년경 멕시코 고원지대에서 순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가축화도 비슷한 시기에 진행되었다. 양과 염소는 기원전 11,000~9,000년 사이 메소포타미아에서, 소는 기원전 8,500년경 현재의 터키와 인도 지역에서 각각 야생 조상으로부터 길들여졌다. 가축은 노동력 제공, 유제품 및 고기 생산, 퇴비 공급 등 복합적인 역할을 맡으며 농업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한반도에서는 기원전 3,000년 이후부터 조와 피 중심의 농경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북 청원 소로리에서 출토된 볍씨는 연대 측정 결과 기원전 약 10,500년으로 분석되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재배 벼 유적 가운데 하나로 논의된다.
2. 주요 작물과 생산 현황
2023년 전 세계 주요 작물 생산량은 전년 대비 3% 증가하여 총 99억 톤에 달했다.[1] 곡류 가운데 옥수수는 12억 톤으로 생산량이 가장 많았고, 2010년 대비 46% 성장해 증가율도 가장 높았다. 쌀과 밀이 그 뒤를 이으며, 이 세 가지 작물이 전 세계 칼로리 공급의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주요 생산국을 보면 중국은 쌀, 밀, 채소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인도는 쌀과 밀의 두 번째 생산국이자 세계 최대 우유 생산국이다. 브라질은 대두와 사탕수수의 최대 생산국으로, 세계 곡물 무역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기름작물(유채, 대두, 팜유)의 총 생산량은 2023년 8억 9,300만 톤을 기록했다.
가축 부문에서는 닭고기·돼지고기·쇠고기의 합산 생산량이 2023년 3억 2,100만 톤에 달했으며, 달걀 생산량은 9,700만 톤을 기록했다.
3. 농업 기술의 발전
농업 기술은 크게 세 단계의 혁신을 거쳤다. 첫째는 철제 농기구와 소를 이용한 쟁기 농업(기원전 3,000년~기원후 18세기), 둘째는 화학 비료·농약·개량 종자·기계화로 대표되는 녹색혁명(20세기 중반), 셋째는 위성·센서·인공지능을 결합한 정밀농업(21세기)이다.
1960~1990년대에 걸친 녹색혁명 기간에 밀과 쌀의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급증하는 세계 인구의 식량 수요를 충족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화학 농자재의 과잉 투입에 따른 토양 산성화, 지하수 오염, 생물 다양성 감소 등 부작용도 함께 나타났다.
정밀농업(precision agriculture)은 GPS 기반 농기계, 드론 원격탐사, 토양 센서, 기상 예측 모델을 통합하여 투입재를 필요한 장소와 시점에 정확히 공급하는 방식이다. 한국 정부는 2050년까지 정밀농업 기술을 전체 농가의 60%에 보급하고, 2018년 대비 농식품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38%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2]
4. 환경 영향과 지속 가능성
농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12%를 직접 발생시키며, 토지 이용 변화(산림 전환)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20~25%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다. 주요 배출원은 논에서 나오는 메탄, 가축의 장내발효 메탄, 질소 비료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다.
한편 농경지는 적절히 관리될 경우 탄소 저장 역할을 할 수 있다. 바이오차(biochar) 투입, 경운 최소화, 피복작물 식재 등 저탄소 농법이 탄소 격리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2001년부터 2023년 사이에 1인당 경작지 면적은 약 20% 감소했으나, 토지 생산성(단위 면적당 농업 총생산액)은 60% 이상 증가하여 효율성 향상이 이루어졌다.[1]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 기온, 가뭄, 홍수는 작물 수급의 불안정을 심화시킨다. 2023년에만 총 16건의 식량 수출 제한 또는 금지 조치가 각국에서 발표되는 등 식량 민족주의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여 내열·내건성 품종 개발, 수직농장, 대체 단백질 등 미래 농업 기술에 대한 연구가 가속되고 있다.
5. 경제적·사회적 의미
2022년 기준으로 농업 부문은 전 세계 고용의 26.2%(약 8억 9,200만 명)를 담당하며, 농식품 시스템 전체로는 약 12억 3,000만 명이 종사한다. 이를 간접 연관 가구까지 확대하면 전 세계 인구의 거의 절반이 농식품 시스템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1]
개발도상국에서 농업은 GDP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농촌 빈곤 감소의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반면 고소득 국가에서는 농업 종사자 비율이 낮지만 첨단 기계화와 규모의 경제를 통해 높은 생산성을 달성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22년 기준 식량자급률이 49.3%에 불과하여 식량 안보 강화가 핵심 농정 과제로 떠올랐다.[2]
[1] FAO, "Agricultural production statistics 2010–2023", 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of the United Nations, 2024. www.fao.org(새 탭에서 열림)
[2]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탄소배출 저감 '정밀농업 기술' 2050년까지 농가 60%에 보급", 농림축산식품부, 2022. www.korea.kr(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