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사비(일본어: 山葵, わさび)는 십자화과(Brassicaceae)에 속하는 일본 원산의 다년생 초본 식물이다.[1] 학명은 Eutrema japonicum (Miq.) Koidz.이며, 한국에서는 고추냉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식물의 근경(根莖, rhizome)을 강판에 갈아 만든 녹색 페이스트는 스시·사시미·소바 등 일본 요리에 필수적인 향신료로 자리 잡았다. 자극적인 매운맛이 혀보다 코를 먼저 자극하는 독특한 향미와 더불어 강한 항균 효과를 지닌다. 재배 환경이 극도로 까다로워 '세계에서 가장 키우기 어려운 채소' 중 하나로 손꼽히며, 시중에 유통되는 와사비 제품의 대부분은 서양 고추냉이(horseradish, Armoracia rusticana)를 주원료로 한 모조품이다.[5]

1. 역사

와사비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7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아스카(飛鳥) 지역 유적에서 출토된 목간(木簡)에 '委佐俾(와사비)'라는 표기가 확인되었으며, 918년에 편찬된 《본초화명(本草和名)》에도 '和佐比'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1] 이 시기 와사비는 식재료이자 약용식물로 사용되었으며, 귀족 계층이 소비하는 희소 산물로 취급되었다.

에도(江戸) 시대인 1800년대 초에 이르러 초밥 장인들이 와사비를 니기리즈시(握り寿司) 속에 직접 얹기 시작하면서 오늘날의 스시 문화가 형성되었다. 당시 에도만(江戸湾)에서 잡은 생선을 날것으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와사비의 항균 효과가 실용적으로 유용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2] 이후 와사비는 일본 요리 전반으로 사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20세기 중반부터는 재배 기술의 발전과 분말·튜브 형태의 가공 제품 개발로 와사비가 세계 각지에 보급되었다. 그러나 진짜 와사비(혼와사비, 本わさび)는 여전히 생산량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글로벌 유통량의 대부분은 서양 고추냉이 기반의 모조 와사비가 차지한다.

2. 식물학적 특성과 품종

와사비는 일본, 한국, 러시아 사할린의 산간 계곡 자연 환경에서 자생한다. 잎자루가 긴 심장 모양의 잎을 가진 높이 20~50cm의 초본이며, 봄에 흰색 꽃을 피운다.[3] 식용으로 쓰이는 부위는 줄기가 비대해진 근경이며, 이 외에도 잎·줄기·꽃 모두 먹을 수 있다. 줄기와 잎은 주로 절임(漬物) 또는 샐러드 형태로 소비된다.

재배 품종으로는 크게 네 가지가 알려져 있다. 마즈마 계통(真妻系)은 줄기가 자적색을 띠며 성숙까지 18~24개월이 소요되어 고급 요리에 쓰인다. 미쇼 계통(実生系)은 녹색 줄기를 가지며 약 1년 만에 수확 가능해 스시·소바용으로 널리 쓰인다. 다루마 계통(だるま系)은 온화한 풍미를 지니고, 시마네 3호(島根3号)는 산간 계류 재배에 적합한 내병성 교배종이다.[2]

3. 재배

와사비는 재배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기온 8~20°C의 서늘한 환경, 직사광선을 피한 북사면 또는 수목 아래의 그늘, 그리고 연중 수온이 일정한 청정 계류수가 필수적이다.[3] 이러한 까닭에 재배지는 산간 계곡에 집중되며, 주요 생산지는 일본의 시즈오카(静岡)·이와테(岩手)·나가노(長野) 현이다.

재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와와사비(沢わさび)는 얕은 계류를 이용한 수경(水耕) 방식으로 기르며, 더 크고 향미가 풍부한 근경을 생산한다. 하타와사비(畑わさび)는 밭에서 토양 재배하는 방식으로, 사와와사비보다 소박한 향미를 가지지만 재배 비용이 낮다. 근경이 수확 가능한 크기로 성숙하는 데는 최소 2~3년이 소요된다.

일본 이외의 지역에서도 뉴질랜드, 대만, 미국 오리건주,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등에서 소규모 상업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3]

4. 화학 성분과 매운맛의 원리

와사비 특유의 매운맛은 이소티오시아네이트(isothiocyanate) 계열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근경 세포에는 글루코시놀레이트(glucosinolate)의 일종인 시니그린(sinigrin)이 함유되어 있으며, 강판으로 갈거나 씹어 세포가 파괴될 때 효소 미로시나아제(myrosinase)가 활성화되어 시니그린을 알릴 이소티오시아네이트(allyl isothiocyanate, AITC)로 전환한다.[4]

AITC는 기체 상태로 코 점막의 TRPA1 수용체를 자극하기 때문에, 고추의 캡사이신이 혀의 통각 수용체에 작용하는 것과 달리 코와 눈에 주로 자극이 집중된다. 이러한 이유로 와사비를 섭취했을 때 코가 찡해지는 독특한 감각이 발생한다. 또한 AITC는 휘발성이 강해 갈아 놓은 후 5분 이내에 매운맛이 현저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최상의 풍미를 위해서는 생강판이나 상어 가죽 강판(오로시가네, 卸し金)을 이용하여 사용 직전에 갈아 쓰는 것이 전통적인 방식이다.

5. 영양 성분과 건강 효과

와사비 100g에는 약 109kcal의 열량이 있으며, 단백질 5g, 탄수화물 24g(식이섬유 8g), 지방 1g이 포함된다. 비타민 C가 하루 권장량의 70% 수준으로 풍부하며, 비타민 B6, 망간, 마그네슘, 칼륨, 칼슘도 상당량 함유된다.[4]

주요 건강 효과로는 다음이 보고되어 있다. 이소티오시아네이트의 항균 작용은 대장균(E. coli)·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 등 식중독 원인균의 증식을 억제하며, 이것이 생선 요리와 와사비를 함께 먹는 전통적 근거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항염증 작용혈소판 응집 억제를 통한 심혈관 보호 효과도 연구되고 있다. 구강 내 세균 억제를 통한 충치 예방 효과와, 발암물질 활성 억제를 통한 항암 잠재력도 일부 연구에서 언급된다.

6. 진짜 와사비와 모조 와사비

전 세계 식당과 마트에서 유통되는 와사비 제품의 대다수는 진짜 와사비(혼와사비, 本わさび)가 아닌 모조 와사비이다. 모조 와사비는 서양 고추냉이(horseradish, Armoracia rusticana)를 주원료로 하고 여기에 겨자 분말, 전분, 녹색 식용색소(또는 시금치 분말)를 혼합해 만든다.[5] 일부 제품에는 혼와사비 성분이 2~25% 수준으로 소량 포함되기도 한다.

진짜 와사비는 자연 그대로의 연녹색을 띠는 반면, 모조 와사비는 선명한 녹색으로 색소를 더한 것이 일반적이다. 풍미 면에서도 진짜 와사비는 갈아 낸 직후 복합적인 단맛과 신맛이 매운맛과 함께 느껴지는 반면, 모조 와사비는 더 자극적이고 단조로운 맛을 낸다. 일본 내에서도 고급 스시 전문점이 아닌 이상 모조 와사비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7. 일본 요리에서의 활용

와사비의 핵심 용도는 일본 고유 식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스시의 밥과 생선 사이에 소량 얹거나, 사시미를 간장에 찍을 때 함께 곁들인다.[1] 냉 소바(冷たいそば)의 쓰유에 풀어 먹는 것도 전통적 방식이다. 현대에는 고기·파스타·빵·아이스크림·과자 등 다양한 식품에도 응용되며, 와사비 맛 과자와 초콜릿은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기념품이 되었다.

잎과 줄기는 소금에 절여 와사비즈케(わさび漬け)로 만들거나, 잘게 썰어 국이나 샐러드의 고명으로 사용한다. 꽃도 봄철 식재료로 활용되며, 식물의 모든 부위가 식용 가능하다.[2]

8. 관련 문서

9. 인용 및 각주

[1] S&B Foods Inc. 글로벌 사이트, "와사비에 대하여", Wwww.sbfoods-worldwide.com(새 탭에서 열림)

[2] Ryu Koch, "Wasabi – Japanese Horseradish: Types, Cultivation and Health", Rryukoch.com(새 탭에서 열림)

[3] Britannica, "Wasabi | Plant, Sushi, Cultivation, Uses, & Facts", W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

[4] Gradium, "와사비(고추냉이)의 효능과 부작용", Ggradium.co.kr(새 탭에서 열림)

[5] The Takeout, "The Wasabi On Your Sushi Probably Isn't Real", Wwww.thetakeout.com(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