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은 불합리한 차별을 받지 않고 자신에게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기본권이다.[2] 이 권리는 모든 사람을 기계적으로 똑같이 취급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거나 차이의 정도에 상응하는 대우를 허용하는 실질적 평등의 관념을 포함한다.[2] 따라서 평등권은 단순한 동일 대우가 아니라, 상황과 조건의 차이를 고려한 공정한 대우를 요구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제1항은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 등을 차별 금지 사유로 예시하고, 특수 계급을 부정함으로써 신분상 평등을 선언한다.[2] 이러한 규범은 개인이 국가로부터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가 모든 생활 영역에서 평등을 구현해야 한다는 지침을 제시한다.[4]
평등권은 개인의 권리인 주관적 공권으로서의 성격과, 법체계 전반에 작용하는 객관적 법질서로서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4] 이 때문에 평등권은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모두에게 권력 행사에 있어 차별을 경계하고 평등을 실현할 책임을 부여한다.[4]
1. 법 앞의 평등과 법치주의
법 앞의 평등은 법치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두려움이나 편애, 애정 또는 악의 없이 법을 적용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자의적 선호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1] 이 원칙은 법적 판단이 개인적 감정이 아니라 정당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이 원칙은 사법관이 성별, 민족, 장애, 성적 지향, 연령, 종교, 사회경제적 배경, 가족 형태, 문해력 등 어떠한 속성에 대해서도 당사자를 공정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요구로 구체화된다.[1] 다시 말해, 법 집행과 재판 과정은 외형상 동일한 처리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불합리한 편향을 배제한 절차여야 한다.[1]
법 앞의 평등은 공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방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공공 결정권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을 달리 대우하면, 그 결정은 법치주의와 충돌할 수 있다.[5] 따라서 평등권은 국가 권력의 행사 전반을 제약하는 기준으로 작동하며, 법적 주체가 절차와 결과 양쪽에서 동등한 취급을 받을 수 있도록 요구한다.[5]
2. 형식적 평등과 실질적 평등
전통적인 형식적 평등은 동일한 상황에 있는 사람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이해된다. 이는 법이 특정 개인에게 편의나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만드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현실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2] 그래서 현대의 평등권 논의는 형식적 동일성보다 실질적 공정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실질적 평등은 차이를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그 차이에 맞는 비례적 대우를 인정한다.[2] 예를 들어 가족 구성이나 생활 조건이 다른 사람에게 동일한 지원을 하는 것보다, 조건에 따라 차등을 두는 방식이 더 공정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차등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차등이 정당화 가능한지 여부이다.
헌법재판소는 평등권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사안의 성격에 따라 완화 심사와 엄격 심사를 구분해 적용한다.[2] 이 구별은 모든 차별을 동일한 수준으로 보지 않고, 차별의 목적과 수단, 영향을 함께 살피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평등권 심사는 단순한 형식 논리가 아니라, 차별의 합리성과 필요성을 검토하는 실질적 기준이 된다.[2]
3. 차별 금지 사유와 심사 기준
대한민국헌법은 차별 금지 사유를 열거하면서, 국가가 개인의 속성을 이유로 불합리한 대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한다.[2] 성별, 종교, 사회적 신분은 대표적인 예시이며, 이러한 열거는 차별 금지의 범위를 확정하는 동시에 해석의 출발점을 제공한다. 헌법은 또한 특수 계급의 존재를 부정해 신분적 위계의 제도화를 막는다.
다만 모든 구별이 곧바로 위헌적 차별은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거나, 차이의 정도에 비례해 대우를 달리하는 것이 오히려 평등에 부합하는 경우도 있다.[2] 따라서 평등권 심사는 차별의 존재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차별이 정당한 목적과 적절한 수단을 갖추었는지까지 함께 따진다.
이 기준은 사회국가원리와도 연결된다. 국가는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여성우대조치를 비롯한 적극적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경우에 따라 헌법적 정당성을 가진다.[4] 평등권은 차별을 막는 방패인 동시에, 실질적 평등을 실현하도록 국가를 움직이는 근거이기도 하다.
4. 평등권의 법적 성격과 국가의 의무
평등권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주장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이지만, 그 기능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법의 모든 영역에 작용하는 객관적 법질서로서, 입법과 행정과 사법 전반에 평등의 기준을 공급한다.[4] 이 때문에 국가는 차별을 금지하는 소극적 의무만 지는 것이 아니라,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도 마련해야 한다.
사회국가원리에 비추어 보면, 국가는 성별로 인한 구조적 불이익을 완화하고 실질적인 양성평등을 구현할 책임을 진다.[4] 여성우대조치와 같은 정책은 그 대표적인 예이며, 이는 동일한 대우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수단이다. 평등권은 결국 기회의 형식적 개방과 결과의 실질적 공정성을 함께 요구한다.
사법 영역에서도 평등권은 핵심 원리로 작동한다. 법관과 사법관은 편견 없이 법을 집행해야 하며, 각종 개인적 특성이 재판 결과에 부당하게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1] 이러한 요구는 법치주의가 단순한 절차 규칙이 아니라, 권력 행사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규범적 질서임을 보여 준다.
5. 국제법 및 헌법적 구현
평등은 국제 인권 질서와 각국의 헌법에서 공통적으로 중요한 원리로 인정된다. 법치주의는 법의 내용뿐 아니라 법의 집행 방식에서도 평등을 요구하며, 사법부는 이 원리를 구체적인 사건에서 실현하는 기관이다.[5] 따라서 평등권은 국내법의 해석 원리이면서 동시에 국제적 인권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의 평등은 모든 차별을 부정하는 추상적 동일성보다, 차이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그 차이가 부당한 배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정하는 실질적 평등에 가깝다.[2] 이 관점은 성별, 민족, 장애, 성적 지향, 연령, 종교, 사회경제적 배경과 같은 요소가 법적 보호의 경계를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1]
결국 평등권은 법 앞의 평등을 제도적으로 구현하는 핵심 장치다. 국가는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적어도 차이를 이유로 불합리한 배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평등권은 현대 헌법질서에서 기본권과 법치주의를 연결하는 중심 축으로 기능한다.[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