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틴(chitin, 화학식 (C₈H₁₃O₅N)ₙ)은 2-아세트아미도-2-데옥시-β-D-포도당(N-아세틸글루코사민, NAG) 단위체가 β-(1→4)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연결된 선형 다당류다. 구조적으로 셀룰로스와 유사하지만, 각 단위체의 C-2 위치에 수산기(-OH) 대신 아세트아미도기(-NHCOCH₃)가 붙어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치환기 덕분에 인접 폴리머 사슬 간 수소결합이 강화되어 셀룰로스보다 높은 기계적 강도를 발휘한다.[1] 키틴은 연간 생산량이 10¹⁰~10¹² 톤에 달하는 지구상 두 번째로 풍부한 생체 고분자로 추산되며, 거미류·갑각류·곤충 등 절지동물의 외골격과 균류의 세포벽에 핵심 구조 성분으로 존재한다.[2]
1. 화학 구조와 결정형
키틴 고분자 사슬은 수소결합과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 규칙적인 결정 격자를 이루며, 사슬 배열 방향에 따라 세 가지 다형체(allomorph)로 구분된다.
- α-키틴(α-chitin): 인접 사슬이 역평행(antiparallel)으로 배열된 가장 안정적인 형태. 절지동물 외골격, 균류 세포벽에 가장 널리 분포한다. 사슬 간 수소결합이 조밀해 강도와 경도가 높다.
- β-키틴(β-chitin): 사슬이 평행(parallel) 배열. 분자간 수소결합이 약해 α형보다 유연하고 팽윤성이 크다. 오징어 펜(gladius)과 일부 규조류에서 발견된다.
- γ-키틴(γ-chitin): 평행과 역평행이 혼재하는 혼합형. 버섯 등 일부 균류에서 보고된다.
순수 키틴은 반투명하고 질긴 흰색 고체이며, 물·희산·희알칼리에 용해되지 않는다. 고농도 염산이나 이온성 액체에는 용해 가능하다.[1]
2. 생물학적 역할
키틴은 자연계에서 단독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드물며, 단백질 기질 속에 섬유 형태로 배열된 복합 재료로 기능한다.
절지동물 외골격: 거미류·갑각류·곤충 등 절지동물의 외골격 원표피(procuticle)는 α-키틴 섬유와 단백질(스클레로틴, 레질린 등)이 조합된 키틴-단백질 복합체로 이루어진다. 갑각류에서는 여기에 탄산칼슘(방해석)이 침착되어 더욱 단단한 광물화 외골격을 형성한다. 키틴 섬유 다발은 층마다 배열 각도를 달리하는 헬리코이드 구조(Bouligand 구조)를 이루어 외부 충격을 분산시킨다.[3]
균류 세포벽: 균류(Fungi)는 세포벽 주요 성분으로 α-키틴과 β-글루칸을 사용한다. 식물 세포벽의 셀룰로스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며, 균류 세포를 삼투압 변화와 기계적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한다. 항진균제 표적으로 키틴 합성효소(chitin synthase)가 주목받는 이유다.
탈피와 키틴 분해: 절지동물은 성장을 위해 주기적으로 탈피(ecdysis)를 거친다. 탈피 전 키티나아제(chitinase)와 키틴 탈아세틸화효소가 낡은 외골격의 키틴을 분해·재흡수하며, 탈피 후에는 키틴 합성효소가 새로운 큐티클 층을 신속히 재구성한다. 이 효소적 조절은 탈피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과정이다.[3]
3. 생산과 공급원
상업적 키틴은 역사적으로 새우·게·바닷가재 등 갑각류 껍데기에서 주로 추출해 왔다. 껍데기의 키틴 함량은 일반적으로 10~35% 수준이며, 일부 오징어 펜은 약 49%에 이른다. 추출 공정은 무기물 제거(염산 처리)와 단백질 제거(수산화나트륨 처리)의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2]
최근에는 갑각류 가공 폐기물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곤충을 대체 공급원으로 연구하고 있다. 누에나방(Bombyx eri) 유충의 키틴 수율은 약 45%, 매미 허물(Periostracum cicadae)은 약 36.6%로 갑각류와 경쟁력 있는 수준이다. 곤충 껍질은 무기물 함량이 갑각류 대비 낮아(< 10% vs 20~40%) 추출 시 화학 투입량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2]
4. 키토산과 유도체
키틴을 농알칼리로 처리해 아세트아미도기를 부분 제거하면 아미노기(-NH₂)가 노출된 키토산(chitosan)이 된다. 탈아세틸화 정도가 50% 이상인 것을 키토산으로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키토산은 산성 수용액에 용해되어 양이온성 고분자로 거동하며, 이 특성이 다양한 응용을 가능하게 한다.[1]
키토산 유도체의 주요 응용 분야는 다음과 같다.
- 상처 치료: 지혈 효과와 항균성을 이용한 드레싱 소재
- 약물 전달: 나노입자 형태로 단백질·핵산·항암제를 표적 세포까지 전달
- 조직공학: 신경 재생·혈관 재생을 위한 스캐폴드 지지체
- 식품·환경: 식품 보존제, 수처리 응집제, 중금속 제거 흡착제
2020년대 들어서는 키틴 기반 생분해성 복합 재료를 인공 외골격 소재나 포장재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4]
5. 산업 및 의학적 활용
키틴·키토산의 산업적 활용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되었다. 현재의 주요 용도는 다음과 같다.
키토산의 양이온성과 생분해성·생체적합성은 합성 고분자 대비 경쟁 우위를 제공한다. 항진균 활성도 보고되어 있으며, 이는 균류 세포벽 키틴 합성 억제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4]
7. 인용 및 각주
[1] Chitin and Chitosan: Production and Application of Versatile Biomedical Nanomaterials, PMC/NCBI, 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
[2] The Potential of Insects as Alternative Sources of Chitin: An Overview on the Chemical Method of Extraction from Various Sources, PMC/NCBI, 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
[3] Insect Cuticular Chitin Contributes to Form and Function, PMC/NCBI, 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
[4] Encyclopaedia Britannica, "Chitin | Insects, Arthropods, Exoskeleton", 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