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微生物, microorganism)은 맨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작아 현미경으로만 관찰 가능한 생물의 총칭이다. 일반적으로 크기가 0.1mm 이하인 생물을 가리키며,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 진균(곰팡이·효모), 원생생물, 고세균 등 다양한 계통의 생물을 포함한다. 지구상 생명체 전체 중량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방대한 존재이며, 물질순환·발효·질병·생태계 유지에 이르기까지 생명 현상 전반에 깊이 관여한다.
1. 분류
미생물은 세포 구조와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크게 세 범주로 나뉜다.
원핵생물(Prokaryota) 은 핵막이 없는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로, 세균(Bacteria)과 고세균(Archaea)이 여기에 속한다. 세균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생명 형태 중 하나로, 구균·간균·나선균 등 형태가 다양하다. 고세균은 극한 환경(고온, 고염도, 무산소)에 적응한 계통으로, 1977년 칼 우즈(Carl R. Woese)가 별개의 도메인임을 확인했다.[1]
진핵생물 미생물(Eukaryotic microorganism) 은 핵막을 갖춘 진핵세포로 이루어지며, 진균(곰팡이·효모), 원생동물, 조류(藻類)를 포함한다. 효모는 단세포 진균으로 발효 산업에 핵심적으로 활용되며, 원생동물은 아메바·말라리아 원충처럼 동물성 영양을 취하는 단세포 진핵생물이다.
비세포성 미생물 인 바이러스는 유전물질(DNA 또는 RNA)과 단백질 외피만으로 이루어져 있어 독자적인 대사 능력이 없다. 숙주 세포에 침입해야만 증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간주된다.
2. 발견과 미생물학의 역사
미생물의 존재가 처음 확인된 것은 17세기 후반이다. 네덜란드의 포목상이자 아마추어 과학자였던 안톤 판 레이우엔훅(Antonie van Leeuwenhoek, 1632–1723)은 직접 제작한 단순 현미경으로 치아 스크래핑과 연못물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미세한 존재를 관찰하고 이를 "작은 동물(animalcules)"이라 불렀다. 이것이 인류 최초의 세균 관찰 기록이다.[2]
19세기 중반까지 생물의 자연발생설이 지배적이었으나,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1895)가 1862년 목이 긴 플라스크 실험으로 생물속생설(biogenesis)을 증명하며 이를 뒤집었다. 그는 또한 발효와 부패가 특정 미생물의 작용임을 밝히고 저온살균법(파스퇴리제이션)을 개발했다.
독일의 의사 로베르트 코흐(Robert Koch, 1843–1910)는 1876년 탄저균을 순수 배양해 탄저병의 원인균임을 입증했으며, 감염병과 특정 병원균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방법론적 원칙인 '코흐의 공준(Koch's postulates)'을 확립하여 세균학을 체계적 학문으로 발전시켰다.
3. 생태계에서의 역할
미생물은 지구 물질순환의 핵심 구동자이다. 분해자로서 동식물의 사체와 유기물을 무기물로 전환해 탄소·질소·황 등 원소의 순환을 가능하게 한다. 질소고정세균(Rhizobium 등)은 대기 중 질소를 식물이 이용 가능한 암모늄 형태로 전환하여 농업 생태계를 지탱한다.
해양 환경에서는 광합성 미생물인 식물플랑크톤과 남세균(시아노박테리아)이 지구 전체 광합성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며 산소를 생산한다. 또한 인간 장내에 서식하는 수조 개의 미생물(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 면역 조절, 신경전달물질 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 의학·산업적 활용
미생물은 의학 발전에 결정적 기여를 해왔다. 1928년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이 푸른곰팡이(Penicillium notatum)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이래, 항생제는 감염병 치료의 핵심 수단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덕분에 현대인의 평균 수명이 약 23년 연장된 것으로 추정한다.
발효 산업에서도 미생물은 핵심 역할을 한다. 효모는 주류·제빵·바이오에탄올 생산에 활용되고, 유산균은 요구르트·김치·치즈 제조에 이용된다. 1950년대 후반부터는 미생물로 글루탐산염(MSG), 리신 등 아미노산을 발효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되어 식품 및 사료 산업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전공학과 결합한 대사공학을 통해 미생물을 재설계하여 의약품·바이오플라스틱·항암제 전구체 등 고부가가치 물질을 생산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미생물은 또한 오염된 토양과 수질을 정화하는 생물학적 처리(bioremediation)에도 활용된다.
5. 병원성과 감염
일부 미생물은 인간과 동식물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작용한다. 세균성 감염병으로는 결핵·폐렴·콜레라 등이 있으며, 바이러스성 감염병으로는 독감·천연두·코로나19 등이 있다. 원생동물인 말라리아 원충은 여전히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억 명이 감염되는 주요 질병의 원인이다.
병원성 미생물에 대응하는 면역 체계의 발달과 함께, 항생제·항바이러스제·백신 개발이 감염병 제어의 주요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항생제 남용에 따른 내성균 출현은 현대 의학의 심각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1] Carl R. Woese & George E. Fox (1977). "Phylogenetic structure of the prokaryotic domain: The primary kingdom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74(11), 5088–5090. www.pnas.org(새 탭에서 열림)
[2] Dobell, C. (1932). Antony van Leeuwenhoek and His 'Little Animals'. — 레이우엔훅의 관찰 기록과 왕립학회 서신에 관한 1차 문헌 분석. pubmed.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