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細菌, Bacteria)은 핵막으로 둘러싸인 핵이 없는 단세포 원핵생물로, 지구상 거의 모든 환경에서 발견되는 미시 생명체다. 토양과 물은 물론 극한의 열수공, 빙하, 심해저에 이르기까지 세균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지구 생태계에서 유기물 분해와 질소 순환의 핵심 주체이며, 인류의 의학·발효·산업 전반에 깊이 관여한다.[1]

1. 분류와 계통

1970년대 칼 우즈(Carl Woese)는 16S rRNA 분석을 통해 생명체를 세 개의 영역(Domain)으로 구분했다. 세균(Bacteria), 고세균(Archaea), 진핵생물(Eukarya)이 그것으로, 세균과 고세균은 모두 원핵생물이지만 진화적으로 독립된 계통을 이룬다.[1] 세균 도메인 내에는 프로테오박테리아, 피르미쿠테스, 방선균(Actinobacteria) 등 수십 개의 문(phylum)이 속한다. 오늘날 알려진 세균 종은 수만 종에 이르며 실제 환경에 존재하는 종의 수는 수백만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2]

세균의 계통 분류는 전통적으로 형태, 염색 반응, 대사 방식에 의존했으나, 1990년대 이후 유전체 서열 분석이 보편화되면서 계통수 전체가 재구성되었다. 현재는 16S rRNA 서열 유사도, 전체 유전체 비교, 평균 뉴클레오타이드 동일성(ANI) 등을 복합 적용하는 다상 분류법(polyphasic taxonomy)이 표준으로 쓰인다.[2]

2. 세포 구조

세균 세포는 단순하지만 정교하게 작동하는 구조를 갖는다. 세균은 미토콘드리아, 엽록체 같은 막성 소기관이 없고, 유전 정보는 DNA로 이루어진 원형 염색체에 저장된다.

  • 세포벽: 대부분의 세균은 펩티도글리칸(peptidoglycan)으로 구성된 세포벽을 보유한다. 그람 염색법에 의해 그람 양성균(두꺼운 세포벽)과 그람 음성균(얇은 세포벽, 외막 존재)으로 구분되며, 이는 항생제 선택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 핵양체(Nucleoid): 핵막 없이 세포질 내에 원형 염색체 DNA가 위치한다. 막성 소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3]
  • 리보솜: 단백질 합성 장소로 70S 리보솜을 보유하며, 이는 진핵생물의 80S 리보솜과 구조가 달라 항생제의 선택적 표적이 된다.
  • 편모와 선모: 일부 세균은 편모(flagella)로 이동하고, 선모(pili)를 통해 숙주세포에 부착하거나 유전자를 전달(접합)한다.
  • 내생포자: 바실루스(Bacillus), 클로스트리디움(Clostridium) 등 일부 세균은 극한 환경에서 내생포자(endospore)를 형성해 수십 년간 생존할 수 있다.

3. 대사와 번식

세균은 대사 방식이 매우 다양하다. 산소 호흡(호기성), 무산소 호흡(혐기성), 발효를 비롯해 무기물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화학무기영양(chemolithotrophy)과 빛을 이용하는 광영양(phototrophy)까지 아우른다. 번식은 주로 이분법(binary fission)으로 이루어지며, 이상적인 조건에서는 20~30분 만에 개체수가 두 배로 불어난다.

또한 접합(conjugation), 형질전환(transformation), 형질도입(transduction)을 통한 수평 유전자 전달(horizontal gene transfer)항생제 내성 유전자 등을 빠르게 공유한다.[2] 이 현상은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하는 주요 경로이며, 병원 내 다제내성균(MRSA, 카바페넴내성 장내세균 등) 확산의 핵심 기전이다.

4. 생태계에서의 역할

세균은 지구 물질 순환의 핵심 주체다. 유기물 분해자로서 죽은 생물체를 무기물로 환원해 토양을 비옥하게 하고, 질소 고정 세균(Rhizobium, Azotobacter 등)은 대기 중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해 식물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1] 남세균(Cyanobacteria)은 지구 대기 산소의 상당 부분을 공급하며, 이산화탄소 흡수와 산소 방출을 통해 대기 조성 변화에 기여한다.

극한 환경의 세균은 심해 열수공 생태계처럼 햇빛 없이도 유지되는 먹이망을 지탱한다. 또한 세균은 반추동물의 소화, 곤충의 영양 공생, 식물 뿌리혹의 질소 고정 등 다양한 공생 관계를 통해 육상 생태계의 생산성을 직접 조절한다.

5. 의학적 중요성

세균은 결핵(Mycobacterium tuberculosis), 콜레라(Vibrio cholerae), 살모넬라 감염증 등 수많은 감염병의 원인이다. 이들을 억제하기 위해 개발된 항생제(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등)는 20세기 의학의 혁명을 가져왔으나, 수평 유전자 전달을 통한 항생제 내성의 확산은 현재 세계 공중보건의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4]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AMR)을 2023년 기준 인류의 10대 건강 위협 중 하나로 지정했다.

반면 유산균(Lactobacillus) 등 장내 세균총은 소화, 면역 조절, 정신 건강과 깊이 연관되어 있어 프로바이오틱스 연구의 중심에 있다. 산업적으로는 인슐린·항생제 생산, 발효식품(치즈, 요구르트, 김치) 제조, 환경 정화(생물정화, bioremediation) 등에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6. 관련 문서

  • 광합성 — 남세균에서 기원한 산소성 광합성의 진화
  • 이산화탄소 — 세균의 대사와 탄소 순환
  • 대기 — 남세균이 변화시킨 원시 지구 대기
  • 생태계 — 물질순환에서 세균의 위치
  • 온실효과 — 세균 대사와 온실가스의 관계
  • 식물 — 질소 고정 세균과 식물의 공생

7. 인용 및 각주

[1] Britannica. "Bacteria." Encyclopædia Britannica. W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

[2] Koonin, E.V. & Wolf, Y.I. "Prokaryotic taxonomy and nomenclature in the age of big sequence data." PMC, 2021. P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

[3] Stanier, R.Y. & van Niel, C.B. "The Prokaryote-Eukaryote Dichotomy: Meanings and Mythology." PMC. P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

[4] WHO. "Antimicrobial resistance."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3. Wwww.who.int(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