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파이스(allspice)는 도금양과(Myrtaceae) 상록수인 Pimenta dioica의 익지 않은 열매를 건조한 향신료다. 계피, 정향, 육두구의 향미를 한꺼번에 닮았다 하여 영어로 'allspice(모든 향신료)'라는 이름을 얻었으며, '자메이카 페퍼(Jamaica pepper)', '피멘토(pimento)'라고도 불린다. 단일 식물 유래의 향신료임에도 이름 때문에 혼합 향신료로 오해받는 일이 많다.

1. 식물학적 특성

Pimenta dioica카리브해 대앤틸리스 제도와 중앙아메리카 남부, 멕시코 남부가 원산지인 상록 교목이다. 성숙하면 높이 약 9~12m에 달하며, 껍질이 매끄럽고 향기로운 잎을 가진다. 여름에 작고 흰 꽃이 피고, 꽃이 진 자리에 직경 약 5mm의 둥근 열매가 맺힌다. 열매는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해 햇볕에 건조하면 갈색 또는 적갈색으로 변하면서 후추알과 비슷한 외관을 띤다. 건조된 열매 안에는 신장 모양의 씨앗 두 알이 들어 있다.

이 나무는 특이하게도 열대우림 새들이 씨앗을 소화·배설하는 과정을 거쳐야 발아율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자메이카 밖에서 대규모 재배에 성공하기가 역사적으로 어려웠으며, 자메이카 생산자들은 수 세기 동안 묘목 수출을 엄격히 통제해 독점적 공급 지위를 유지했다.

2. 역사와 교역

올스파이스는 콜럼버스 이전 시대부터 카리브해 원주민 타이노(Taíno) 족이 조미료, 방부제, 의약품으로 활용했다. 유럽에 처음 기록된 시점은 1601년으로, 스페인 탐험가들이 후추와 혼동해 'pimenta'라 명명하면서 소개됐다. 영어 명칭 'allspice'는 1621년 영국에서 처음 사용된 것으로 기록되며, 영국인들이 이 향신료가 계피·정향·육두구의 풍미를 동시에 지닌다고 묘사하면서 정착됐다.[1]

17~19세기에 올스파이스는 자메이카의 핵심 수출품이었다. 영국 해군은 고기를 보존하고 선상 식품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대량으로 사용했으며, 나폴레옹 군대도 방한·방취 목적으로 군화 안에 올스파이스를 넣었다는 기록이 있다. 현재는 자메이카가 세계 최대 생산국 지위를 유지하며, 과테말라·온두라스 등 중앙아메리카 국가들도 주요 생산지로 꼽힌다.

3. 향미 성분과 화학적 구성

올스파이스의 독특한 향미는 주로 유제놀(eugenol)이라는 페놀계 화합물에서 비롯된다. 유제놀은 정향에서도 발견되는 물질로, 올스파이스 에센셜 오일의 주요 구성 성분이다. 자메이카산의 경우 에센셜 오일 함량이 건조 열매 무게의 약 4.5%, 중앙아메리카산은 약 2.5% 수준이다.[2]

유제놀 외에도 시네올(cineole, 상쾌하고 날카로운 향), 카리오필렌(caryophyllene, 나무 향), 퀘르세틴(quercetin), 갈산(gallic acid), 타닌 등이 함유되어 있다. 이러한 성분들은 항균·항산화·항염 작용을 가진다고 알려져 있으며, 전통적으로 소화 불량, 신경통, 치통 완화에 사용됐다. 유제놀은 현대 치의학에서도 임시 진통제 및 치료제로 활용된다.

4. 요리에서의 활용

올스파이스는 자메이카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핵심 재료로, 대표 음식인 저크 치킨(Jerk Chicken)의 마리네이드에 반드시 사용된다. 저크 요리는 올스파이스 열매를 통으로 또는 갈아서 스카치 보닛 고추, 마늘, 생강 등과 섞어 고기를 재운 뒤 훈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는 혼합 피클 향신료, 상업용 소시지, 커리 파우더에 넣는 용도로 폭넓게 쓰인다. 제과·제빵 분야에서는 진저브레드, 호박 파이, 스파이스 케이크, 뮬드 와인의 재료로 활용되며, 스칸디나비아 요리에서는 청어 절임과 미트볼 소스에 사용한다. 중동 요리, 특히 레바논과 모로코의 혼합 향신료인 라스 엘 하누트(ras el hanout)에도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칵테일과 핫초코, 멀드 사이더 등 음료에도 즐겨 사용되며, 홀(whole) 형태는 끓인 후 건져내고 분말 형태는 소스나 반죽에 직접 섞는 방식으로 구분해서 쓴다.

5. 보관과 대체재

홀 올스파이스는 밀폐 용기에 넣어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면 3~5년까지 향미가 유지된다. 분말 형태는 향이 빠르게 날아가므로 6개월~1년 이내 사용을 권장한다. 대체재가 필요할 때는 계피, 정향, 육두구를 동량으로 혼합하면 유사한 풍미를 낼 수 있다.

[1] Britannica, "Allspice | History of Use, Description, Flavor, & Facts", W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

[2] Navarro-Leyva et al., "Medicinal Properties of the Jamaican Pepper Plant Pimenta dioica and Allspice", Current Drug Targets, 2014, Ppmc.ncbi.nlm.nih.gov(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