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빙(固着氷, fast ice, 또는 landfast ice)은 해빙 중에서도 해안선·얕은 모래톱·해저 지형·좌초된 빙산 등에 단단히 고정되어 바람이나 해류의 영향을 받아도 이동하지 않는 유형이다.[1] 자유롭게 표류하는 유빙(pack ice)과 달리, 고착빙은 연안에 닻처럼 묶여 제자리를 지킨다. 수 미터 폭의 좁은 연안 띠에서 수백 킬로미터 너비까지 형성되며 두께는 수십 센티미터에서 수 미터에 이른다. 남극북극 연안 모두에서 나타나지만, 남극해 주변의 고착빙은 황제펭귄웨델물범 같은 종의 번식지로서 생태적 의미가 특히 크다.

1. 정의와 분류

세계기상기구(WMO)의 해빙 분류 체계에서 고착빙은 "해안, 얕은 지형, 또는 좌초된 빙산에 고정된 해빙"으로 정의된다. 형성 방식에 따라 두 가지 경로로 구분된다.

  • 제자리 결빙형: 해수가 그 자리에서 직접 얼어붙어 형성된다. 초기에는 니라스(nilas)나 그레이스 아이스처럼 얇고 어두운 층으로 나타난다.
  • 팩아이스 고착형: 표류하던 유빙이 해안이나 해저 장애물에 달라붙어 고착빙으로 전환된다.

고착빙은 연안부터 차례로 세 층위로 나뉜다.[2] ① 해안 바로 옆 수 미터 폭의 연안 고착빙(young coastal ice), ② 그보다 넓게 발달한 일반 고착빙, ③ 다년간 지속되는 다년생 고착빙(multi-year fast ice). 다년생 고착빙은 주로 피오르드나 좁은 만 안쪽처럼 외부 교란이 적은 지형에 발달하며, 수십 년간 유지되기도 한다.

2. 형성 과정

고착빙의 형성은 기온, 해류, 해저 지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1] 가을철 기온이 하강하면 해수 표면 온도가 바닷물의 어는점(약 −1.8°C)에 근접하면서 미세한 얼음 결정인 프라질 아이스(frazil ice)가 생성된다. 이 결정들이 모여 기름기 있는 그리스 아이스(grease ice)를 거쳐, 잔잔한 조건에서는 니라스(nilas)라 불리는 연속적인 얇은 판으로 굳어진다. 이 얼음 판이 해안이나 좌초된 빙산, 해저 얕은 지형에 걸려 고정되면 고착빙이 된다.

고착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은 복합적이다. 해저 능선에 걸린 얼음 덩어리들이 아치 형태의 구조를 이루거나, 얼음 자체의 전단·인장 강도가 충분할 때 빙판이 해류에 맞서 제자리를 유지한다. 일단 두꺼워지면 단열 효과 때문에 아래쪽 열 손실이 줄어들어 추가 성장 속도가 느려지는 열역학적 평형 상태에 도달한다. 성숙한 고착빙 아래에서는 수직 방향으로 성장하는 정결빙(congelation ice) 구조가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3. 분포

고착빙은 북극해남극해 연안 전반에 걸쳐 분포하며, 지역별 지형과 기후 조건에 따라 형태와 지속 기간이 다양하다.[1]

남극: 동남극 연안, 로스해, 웨델해남극대륙을 둘러싼 연안 대부분에서 발달한다. 특히 케이프 데닌테라 노바 만 등 로스해 인근은 역사적으로 광범위한 고착빙이 유지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북극: 캐나다 북부 연안, 그린란드 피오르드, 시베리아 연안 등에서 겨울철에 넓게 형성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다년생 고착빙이 수십 년간 유지되기도 하지만, 북극 온난화 가속으로 지속 기간과 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다.

4. 생태적 역할

고착빙은 극지 연안 생태계의 물리적 토대이자 먹이그물 기반이다.[1]

4.1 황제펭귄의 번식 플랫폼

황제펭귄은 육지가 아닌 고착빙 위에서만 번식하는 유일한 펭귄 종이다. 번식 주기(4월~1월)가 약 9개월에 달하며, 이 기간 내내 안정된 고착빙이 필요하다. 어미는 알을 품고 새끼를 기르는 동안 고착빙 위에 머물고, 먹이를 구하러 고착빙 가장자리(빙연·氷緣)까지 이동한다. 군집 위치 선택에서 고착빙 지속성, 수심 경사, 고착빙 면적의 연간 변동 폭이 핵심 변수다. 특히 빙산이나 사이에 고착빙이 갇혀 있는 지형이 선호된다. 2022년 벨링스하우젠 해에서는 5개 군집 중 4개가 조기 해빙 붕괴로 번식에 전면 실패한 사례가 처음으로 기록되었다.

4.2 웨델물범의 서식지

웨델물범은 고착빙에 가장 밀접하게 의존하는 포유류 중 하나다. 매년 9~11월 고착빙 위에서 출산하고 새끼를 돌보며, 조수 활동으로 생긴 균열(크랙)을 통해 물속으로 드나든다. 웨델물범은 600m 이상 잠수하고 최대 80분 동안 수중에 머물 수 있는 적응력을 갖췄으나, 출산과 수유는 고착빙 위에서만 이루어진다. 고착빙이 줄어들면 새끼 생존율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다.

4.3 빙하 조류와 먹이그물

고착빙 아래쪽 표면은 빙하 조류(ice algae)의 서식지다. 봄철 해빙이 녹기 시작하면 빙하 조류가 물속으로 방출되어 식물플랑크톤 대번식의 씨앗이 되고, 크릴의 먹이원이 된다. 크릴은 다시 아델리펭귄, 턱끈펭귄, 물범, 고래 등 상위 포식자를 부양하는 남극해 먹이그물의 핵심 고리다.

5. 기후변화와 고착빙의 미래

남극해 전반에서 해빙 면적은 2023년 2월 사상 최저치(약 179만 km²)를 기록했고, 2024년 겨울 최대치도 위성 관측 이래 두 번째로 낮았다.[3] 과학자들은 이 사건이 기후변화 없이는 2,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극단값이라고 분석했다. 남극해 표층 아래 따뜻한 심층수의 상승이 빙붕 하부 및 연안 해빙 감소를 가속하고 있으며, 이는 전통적인 계절 변동을 넘어 해빙 자체의 장기 상태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착빙은 부유 해빙보다 해안 지형에 묶여 있어 급격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형성 시기 지연과 이른 붕괴가 반복될 경우 번식 기간 내내 안정적인 플랫폼이 필요한 황제펭귄에게 치명적이다. 일부 기후 모델은 현재 추세가 지속될 경우 이번 세기 말까지 황제펭귄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북극 고착빙도 그린란드 빙하와 시베리아 연안에서 현저한 감소 추세를 보이며, 북극곰수염물범 등 의존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6. 관련 문서

7. 인용 및 각주

[1] "Fast ice – Australian Antarctic Program". Wwww.antarctica.gov.au(새 탭에서 열림)

[2] "Types of fast ice – Australian Antarctic Program". Wwww.antarctica.gov.au(새 탭에서 열림)

[3] "2024 Antarctic sea ice winter maximum second lowest on record." NOAA Climate.gov. Wwww.climate.gov(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