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오징어(Architeuthis dux)는 심해에 사는 두족류(頭足類) 연체동물로, 세계에서 가장 큰 무척추동물 중 하나이다. 학명은 Architeuthis dux Steenstrup, 1857이며, 아르키테우티스과(Architeuthidae)의 단일 종으로 취급된다.[1] 신화와 전설 속 바다 괴물 크라켄(Kraken)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며, 오랫동안 심해의 미스터리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오징어 중에서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며, 특히 향유고래와의 치열한 먹이 관계로 유명하다. 2004년에 처음으로 자연 상태에서 사진 촬영에 성공하였고, 2012년에는 최초로 심해에서의 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2]

1. 분류 및 명칭

대왕오징어는 동물계-연체동물문-두족강-십완목-아르키테우티스과에 속한다. 과거에는 여러 개의 종이 기재되어 있었으나, 2013년 세계 각지 표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 전 세계 대왕오징어가 단일 종 Architeuthis dux 하나로 귀속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1]

한국에서는 대왕오징어 또는 왕오징어로 불리며, 영어권에서는 giant squid라고 한다. 오징어와 같은 십완목(十腕目)에 속하지만, 일반적인 식용 오징어(살오징어 등)와는 별개의 과(科)에 속하는 먼 친척이다.

2. 신체 구조와 크기

대왕오징어는 외투막(mantle), 8개의 팔, 2개의 긴 섭식 촉수를 포함해 총 10개의 부속지를 지닌다. 외투막 길이는 암컷이 최대 약 2m, 수컷이 그보다 다소 짧으며, 긴 섭식 촉수까지 합산한 전체 체장은 암컷 기준 최대 약 13m로 보고된 사례가 있다. 다만 과학적으로 검증된 최대 크기는 외투막부터 촉수 끝까지 약 5m 전후이며, 20m를 넘는다는 주장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1]

체중은 수컷 최대 약 150kg, 암컷 최대 약 275kg으로 추정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최대치를 300~500kg으로 보기도 한다.[3]

대왕오징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눈이다. 눈동자 직경이 최대 27cm에 달해 현존하는 모든 동물 중 가장 큰 눈을 가진 동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농구공과 비슷한 크기이다. 이렇게 큰 눈은 빛이 거의 없는 심해에서 향유고래와 같은 천적을 일찍 감지하는 데 유리한 것으로 해석된다.[1] 두 번째로 큰 눈을 가진 동물은 대왕오징어보다 더 무거운 심해 두족류인 대왕오징어의 근연종 대왕빛오징어(Mesonychoteuthis hamiltoni)이다.

촉수에는 날카로운 빨판(sucker)과 갈고리 모양의 흡판 테두리가 있어 물고기, 갑각류, 다른 두족류 등 먹이를 단단히 붙잡는다.[2]

3. 서식지와 분포

대왕오징어는 전 세계 온대에서 아열대 해역의 심해에 분포한다. 주요 출현 해역은 북대서양(뉴펀들랜드, 노르웨이, 영국 제도, 스페인 연안, 아조레스 제도), 남대서양(남아프리카 주변), 북태평양(일본 연안), 남서태평양(뉴질랜드·호주 주변)이다. 열대 해역과 극지방에서는 드물게 발견된다.[3]

서식 수심은 대체로 300~1,000m에 걸쳐 있으며,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보고되어 있다. 생태 습성 연구가 어려운 이유는 살아있는 개체를 심해에서 직접 관찰하기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보는 향유고래 위장 내용물 분석이나 해안에 표착된 사체를 통해 얻어진다.[4]

4. 향유고래와의 관계

대왕오징어와 향유고래의 관계는 자연계에서 가장 극적인 포식자-피식자 상호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 향유고래는 대왕오징어의 주요 천적이며, 연구에 따르면 향유고래 한 마리가 연간 수백만 마리에 달하는 대왕오징어를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 향유고래 집단이 연간 소비하는 대왕오징어는 430만~1억 3,100만 마리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3]

해안에 좌초된 향유고래 사체의 피부에서는 대왕오징어 빨판에 의한 흉터가 발견되는데, 이는 대왕오징어가 잡아먹히는 과정에서 격렬하게 저항한다는 증거이다. 향유고래 위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대왕오징어 부리(beak)가 발견되기도 한다.[3]

5. 탐사와 촬영 역사

살아있는 대왕오징어를 심해에서 촬영하는 것은 오랫동안 과학계의 숙원이었다. 주요 이정표는 다음과 같다.

  • 2004년: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JAMSTEC) 연구팀이 태평양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 해역 수심 약 900m에서 긴 외줄 낚시 장치(bait line)를 이용하여 자연 상태의 대왕오징어를 최초로 사진 촬영하는 데 성공하였다.[2]
  • 2006년: 같은 연구팀이 수심 600~900m에서 살아있는 대왕오징어를 처음으로 영상으로 포착하였으며, 이듬해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 2012년: 미국·일본 공동 연구팀이 오가사와라 제도 인근 수심 약 630m에서 대왕오징어 성체를 처음으로 심해에서 생생히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여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2]
  • 2019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밤 속으로의 여정(Journey into Midnight)" 탐사에서 연구원 나단 로빈슨과 에디스 위더가 멕시코만 수심 759m에서 전장 3.0~3.7m로 추정되는 대왕오징어 유체(幼體)를 영상에 담는 데 성공하였다.[4]

6. 문화 속 대왕오징어

대왕오징어는 인류의 상상력을 오랫동안 자극해 왔다. 스칸디나비아 신화 속 전설적인 바다 괴물 크라켄은 대왕오징어에 대한 뱃사람들의 목격담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 리》(1870)에도 주인공 일행을 공격하는 거대 오징어가 등장하는데, 이 역시 대왕오징어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2]

현대에도 대왕오징어는 각종 다큐멘터리, 영화, 게임의 소재가 되고 있으며, 오징어 계열 두족류 전반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7. 관련 문서

  • 오징어 — 대왕오징어가 속하는 두족류 오징어 전반
  • 향유고래 — 대왕오징어의 주요 천적
  • 대서양 — 대왕오징어의 주요 서식 해역 중 하나
  • 태평양 — 대왕오징어의 주요 서식 해역 중 하나
  • 돌고래 — 같은 해양 포유류 생태계 구성원

8. 인용 및 각주

[1] Britannica. "Giant Squid". W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

[2] Australian Museum. "Southern Giant Squid – Architeuthis dux". Aaustralian.museum(새 탭에서 열림)

[3] MarineBio Conservation Society. "Giant Squid (Architeuthis dux)". Wwww.marinebio.org(새 탭에서 열림)

[4] NOAA Ocean Exploration. "Journey into Midnight: Light and Life Below the Twilight Zone". Ooceanexplorer.noaa.gov(새 탭에서 열림)

[5] Animal Diversity Web. "Architeuthis dux". Aanimaldiversity.org(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