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太平洋, Pacific Ocean)은 지구에서 가장 크고 가장 깊은 해양이다. 면적은 약 1억 5,500만 km²로, 지구 전체 표면적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며 [대서양](atlantic-ocean)의 두 배에 달한다.[1] 서쪽으로는 아시아호주, 동쪽으로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에 둘러싸여 있으며, 남쪽으로 남극해, 북쪽으로 북극해와 접한다. 지구의 모든 대륙을 합친 것보다도 넓은 이 바다는 인류 문명과 기후, 생태계 전반에 걸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1. 이름의 유래와 탐험의 역사

'태평양'이라는 이름은 포르투갈 출신의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Ferdinand Magellan)이 붙였다. 1519년 스페인 국왕의 후원을 받아 출항한 마젤란은 이듬해인 1520년 11월 남아메리카 남단의 마젤란 해협을 통과한 뒤 광활한 바다로 나아갔다. 항해 내내 잔잔한 수면이 이어지자 그는 이 바다를 라틴어로 '평화로운'을 뜻하는 'Mare Pacificum'이라 불렀고, 여기서 오늘날의 Pacific Ocean이라는 명칭이 비롯되었다.[2]

그러나 마젤란의 첫 인상과 달리 태평양은 결코 온화한 바다가 아니었다. 마젤란 일행은 목적지인 향신료 제도까지의 거리를 크게 과소평가했고, 망망대해에서 몇 달간 굶주림과 괴혈병에 시달렸다. 마젤란 본인은 1521년 필리핀의 막탄 섬에서 전투 중 사망했으나, 생존한 선원들이 항해를 이어받아 결국 세계 일주를 완수했다.

이전에도 인도네시아 군도와 뉴질랜드, 하와이, 이스터 섬을 비롯한 태평양 도서 지역에는 폴리네시아인, 멜라네시아인, 미크로네시아인들이 수천 년 전부터 항해와 이주를 통해 정착해 있었다. 이들은 별자리와 파도 패턴, 조류를 이용하는 탁월한 항법으로 광대한 바다를 가로질렀다.[3]

18세기에는 제임스 쿡(James Cook) 선장이 세 차례의 탐험 항해를 통해 태평양의 해안선과 섬들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서양 지리학에 편입시켰다. 1875년에는 영국 해군 조사선 HMS 챌린저호가 현재의 마리아나 해구에서 당시까지 알려진 가장 깊은 수심을 측정하여, 이후 '챌린저 딥(Challenger Deep)'이라는 이름이 붙었다.[4]

2. 지리와 규모

태평양은 남북 방향으로 약 1만 5,500 km, 동서 방향으로는 적도 부근에서 약 1만 9,000 km에 이른다. 평균 수심은 4,280 m이며, 가장 깊은 지점인 챌린저 딥은 마리아나 제도 남서쪽 해저에 위치하며 수심이 약 10,935 m에 달한다.[4] 이는 에베레스트 산(8,849 m)보다도 훨씬 깊은 수치다.

태평양은 통상적으로 적도를 기준으로 북태평양과 남태평양으로 나뉜다.

  • 북태평양: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 극동 지역, 미국 서해안, 캐나다, 알래스카에 접한다. 쿠로시오 해류와 북태평양 해류가 이 구역을 순환한다.
  • 남태평양: 호주, 뉴질랜드, 페루, 칠레에 접하며, 수많은 폴리네시아 섬들이 산재한다.

태평양에는 약 2만 5,000개 이상의 섬이 있으며, 이는 다른 모든 해양의 섬 수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하와이 군도, 마리아나 제도, 피지, 사모아, 타히티, 파푸아뉴기니 등이 이 광대한 바다에 자리한다.

3. 해양 지질과 환태평양 조산대

태평양 해저는 지구상에서 지질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지역 중 하나다. 태평양 판(Pacific Plate)을 비롯한 여러 지각판이 서로 충돌하거나 섭입(subduction)하는 경계부에는 거대한 화산과 지진 활동이 집중되어 있다.

이 일대를 환태평양 조산대(Ring of Fire)라 부른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 가장자리를 따라 약 4만 km에 걸쳐 이어지며, 지구 전체 지진의 약 90%, 그리고 가장 강력한 화산 분화의 75%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5] 칠레, 페루, 콜롬비아, 멕시코, 미국(캘리포니아, 알래스카), 러시아(캄차카 반도), 일본,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뉴질랜드가 이 위험 지대에 포함된다.

섭입대에서는 해양 지각이 대륙 지각 아래로 밀려 들어가며 심해 해구를 형성한다. 마리아나 해구 외에도 통가 해구, 케르마덱 해구, 쿠릴-캄차카 해구 등이 북서태평양과 남서태평양에 분포한다. 한편 하와이 군도는 판 경계가 아닌 태평양 판 내부의 '열점(hot spot)'에서 분출한 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사례로,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4. 해류와 기후

태평양의 해류 체계는 지구 기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북반구에서는 북적도 해류, 쿠로시오 해류, 북태평양 해류, 캘리포니아 해류가 시계 방향으로 순환하는 북태평양 환류를 이룬다. 남반구에서는 남적도 해류, 동오스트레일리아 해류, 남극 순환류 일부, 훔볼트 해류(페루 해류)가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남태평양 환류를 형성한다.

쿠로시오 해류는 일본 남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하여 북태평양을 가로지르며, 북아메리카 서해안의 기후를 온화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페루칠레 연안을 따라 흐르는 훔볼트 해류는 차가운 심층수를 용승(upwelling)시켜 풍부한 어장을 형성한다.

4.1 엘니뇨와 라니냐

태평양의 가장 중요한 기후 현상 중 하나는 엘니뇨-남방진동(ENSO, El Niño-Southern Oscillation)이다. 일반적으로 3~7년 주기로 나타나며, 두 가지 반대 위상으로 구분된다.[6]

  • 엘니뇨(El Niño): 열대 태평양 전역의 무역풍이 약화되면서 따뜻한 해수가 중동부 태평양으로 확장된다. 이 시기 페루와 에콰도르 연안의 수온이 상승하고 어획량이 급감하며, 인도네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가뭄이, 북아메리카 남부에는 평년 이상의 강수가 나타나는 등 전 지구적 기상 이변이 동반된다.
  • 라니냐(La Niña): 무역풍이 강화되어 따뜻한 해수가 서쪽으로 밀리고 동태평양에는 차가운 용승류가 강해진다. 라니냐는 종종 2년 이상 지속되며, 엘니뇨와 반대 방향의 기상 패턴을 유발한다.

엘니뇨는 통상 9~12개월간 지속되며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 정점에 달한다. 이 현상은 아마존 유역의 화재, 아프리카 동부의 홍수, 인도 계절풍 약화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의 극단적 기상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6]

5. 해양 생태계

태평양은 지구에서 가장 다양한 해양 생태계를 품고 있다. 열대 지역의 산호초에서부터 냉수 용승 지역의 대규모 어장, 심해 열수 분출공 주변의 극한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생물 다양성을 자랑한다.

산호삼각지대(Coral Triangle)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 동티모르, 말레이시아의 해역을 아우르며 지구에서 해양 생물 다양성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이 곳에는 전 세계 산호 종의 약 76%, 열대 어류의 37% 이상이 서식한다.[3]

태평양은 세계 최대의 어업 생산지이기도 하다. 페루, 칠레, 일본, 중국,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태평양에서 대규모 상업 어업을 영위해 왔다. 크릴을 비롯한 소형 갑각류와 오징어류는 태평양 먹이 사슬의 핵심 고리를 담당한다.

심해 생태계도 태평양의 중요한 특징이다. 마리아나 해구와 같은 초심해 구역에서는 수압이 대기압의 1,000배를 넘지만, 단각류(amphipod), 다모류(polychaete), 해삼 등의 생물이 이 극한 환경에 적응하여 살아간다. 열수 분출공(hydrothermal vent) 주변에는 광합성이 아닌 화학합성에 의존하는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는 생명의 기원과 외계 생명체 가능성에 관한 연구에서도 주목받는다.

6. 인간 활동과 경제적 중요성

태평양은 세계 최대의 무역 항로 중 하나다.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은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 지역 간 교역의 상당 부분이 태평양을 통해 이루어진다. 미국 서해안의 로스앤젤레스, 롱비치, 시애틀 항구와 일본의 요코하마·고베, 중국의 상하이·선전, 한국의 부산 등이 태평양을 거점으로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항만들이다.

어업과 수산업도 태평양 연안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태평양의 어획량은 전 세계 총 어획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며, 참치·명태·대구·멸치·정어리가 주요 어종을 이룬다. 태평양 해저에는 망간 단괴(manganese nodule)와 열수 분출공 주변의 다금속 황화물 등 광물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 심해 채굴 가능성을 둘러싼 경제적·환경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1]

7. 환경 문제

21세기 들어 태평양은 여러 심각한 환경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해양 플라스틱 오염: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의 북태평양에는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형성되어 있다. 이 지대는 주로 미세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버려진 어구(ghost net)가 해양 동물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된다.[5]

해양 산성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해양의 산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0여 년간 해양의 산성도는 약 30% 증가했으며, 이는 산호초와 패류, 플랑크톤 등 석회화 생물의 골격 형성을 방해한다.[5]

수온 상승: 2014~2016년 북태평양 동부에서 발생한 '블롭(The Blob)'이라 불리는 이례적 고수온 현상은 캘리포니아·오레곤·워싱턴 연안에서 해양 포유류의 대량 폐사와 어획량 급감을 초래했다.[5]

남획: 전 세계 어획량의 약 3분의 1이 과잉 어획 상태에 있으며, 태평양 참치류와 상어, 청새리돌고래 등 대형 어류 개체군이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8. 관련 문서

[1] NOAA National Ocean Service. "Pacific Ocean Facts." Ooceanservice.noaa.gov(새 탭에서 열림)

[2] Encyclopædia Britannica. "Pacific Ocean." Wwww.britannica.com(새 탭에서 열림)

[3] National Geographic. "Pacific Ocean." Wwww.nationalgeographic.com(새 탭에서 열림)

[4] NOAA National Ocean Service. "How deep is the ocean?" Ooceanservice.noaa.gov(새 탭에서 열림)

[5] National Geographic. "Pacific Ocean — Environmental Challenges and Ring of Fire." Wwww.nationalgeographic.com(새 탭에서 열림)

[6] NOAA Climate.gov. "El Niño and La Niña: Frequently Asked Questions." Wwww.climate.gov(새 탭에서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