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들어온 뒤 생활비를 내고 남은 돈을 돌아보면 ‘이번 달에 얼마나 저축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통계에서 말하는 저축률은 통장 잔액의 변화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소득 중 소비되지 않고 저축으로 남은 몫을 백분율로 나타낸 지표다. 하지만 같은 ‘저축률’이라도 무엇을 저축으로 세고 어떤 소득을 분모로 삼는지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국가와 경제 부문, 산식, 기간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1][2]
1. 개인 저축률의 분모와 분자
미국 경제분석국(BEA)의 개인 저축률은 개인 저축을 가처분 개인 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가처분 개인 소득은 개인 소득에서 개인 경상세를 뺀 뒤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소득이다. 개인 저축은 그 소득 중 개인소비지출에 사용되지 않은 부분이다. 따라서 산식은 ‘개인 저축률 = 개인 저축 ÷ 가처분 개인 소득 × 100’으로 나타낼 수 있다.[1]
이 산식에서 분모는 세전 소득이나 임금만을 뜻하지 않는다. 분자도 예금 잔액의 증가와 같지 않다. BEA는 소득과 지출의 기간 흐름을 국민소득·생산 계정에서 측정한다. 이 정의는 미국 개인 부문에 대한 통계이므로 한국 가계의 공식 산식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국내 자료를 볼 때는 작성 기관이 제시하는 정의와 계정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1]
2. 가계 저축의 흐름과 자산 잔액
저축률은 일정 기간 동안 소득에서 소비를 제외하고 남은 흐름을 다룬다. 이 흐름은 특정 시점에 가진 예금·주식·부동산 등 자산의 총액인 자산 잔액과 다르다. 자산 잔액은 저축뿐 아니라 자산 가격 변동, 차입, 자산 간 거래의 영향도 받는다. 따라서 저축률만으로 가계의 순자산 변화나 재무 상태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가계경제와 저축을 함께 볼 때도 이 구분이 중요하다.[1]
국민계정에서는 가계 외에도 기업과 정부 등 여러 부문의 소득·지출을 기록해 국내총저축 같은 지표를 만든다. 세계은행 데이터 페이지의 지표명은 ‘국내총저축(Gross domestic savings), 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이다. 미국 BEA 개인 저축률과는 대상과 분모가 다르므로, 두 수치를 같은 종류의 가계 저축률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2]
3. 통계 발표와 수정
저축률은 통계기관의 소득·소비 추계에 의존한다. BEA는 개인 저축률을 월별 개인소득·소비 통계와 함께 공표하며, 기초 자료와 계정 추계가 개정되면 과거 수치도 바뀔 수 있다고 안내한다. 발표 당시 수치와 최신 데이터베이스 값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시계열을 분석할 때는 조회 기준일과 자료의 발표 시점을 기록하는 편이 좋다.[1]
국가 통계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집계되지만, 갱신 시점이나 계산 범위가 다를 수 있다. 한 달의 수치만 떼어 보거나 예전 발표 자료를 현재 값처럼 인용하면 변화의 방향을 잘못 이해할 수 있다. 저축률의 값과 함께 어느 기관이 어떤 기준으로 언제 집계했는지 살펴야 한다.[1][2]
4. 저축률 변화가 말해 주는 범위
저축률 상승은 해당 산식에서 저축으로 분류한 소득 몫이 커졌다는 뜻이다. 모든 가계의 형편이 나아졌다는 증거는 아니다. 소득과 소비가 함께 줄어도 비율은 달라질 수 있고, 평균이나 총계는 가구별 차이를 보여 주지 않는다. 저축률을 소비와 가계경제 흐름과 함께 읽되, 소득 분포나 부채와 자산 상황은 별도의 자료로 살펴야 한다.[1]
또한 저축률은 저축의 원인이나 이후 투자 성과를 바로 알려 주지 않는다. 같은 비율 변화라도 소득 증가, 소비 감소, 통계 추계의 수정 등 배경이 다를 수 있다. 지표는 산식에 맞는 질문에 답할 뿐, 가계의 금융 상태 전부를 요약하지는 않는다.[1]
5. 국가 간 비교에서 확인할 기준
국가 간 수치를 비교할 때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같은 지표라고 간주하지 않아야 한다. 가계 개인 부문인지 경제 전체의 국내총저축인지, 분모가 가처분 소득인지 국내총생산인지, 자료가 어떤 기간을 나타내는지 확인한다. 세금과 연금 제도, 비영리단체의 부문 분류와 추계 방법도 국가별 통계 범위를 달리할 수 있다.[1][2]
미국 BEA의 개인 저축률은 미국 개인 부문의 소득·소비 흐름을 살피는 자료이고, 세계은행의 국내총저축 지표는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 단위 저축 지표다. 목적이 다른 만큼 비교에 앞서 국민계정의 부문과 정의를 확인해야 한다. 서로 다른 산식의 수치를 나란히 놓더라도 같은 개념의 국가 순위로 해석할 수는 없다.[1][2]
7. 인용 및 각주
[1] Personal Saving Rate, U.S. Bureau of Economic Analysis, www.bea.gov(새 탭에서 열림)
[2] Gross domestic savings (% of GDP), World Bank, data.worldbank.org(새 탭에서 열림)